미사리 풀꽃
김다호
북한산 비탈 방성한 풀꽃들
가슴 부비며 살다가
미사리 강변에 와서 다시 핀다
마른 수숫잎 사이로
노을 달고 온 꽃씨
초저녁달 이웃하는 들판으로
아득히 새떼를 날리고
눈물 머금은 별빛으로
풀잎을 감는다
강가에 나와
돌팔매질 하던 아이들
저마다 푸른 풀잎 하나씩
강물에 띄우고
물결 따라 표류하던 언어를 잡고
한꺼번에 달려 나와
강변에 향해 두서없는 소리만 보낸다
눈먼 포플러 외로운 기억
강바닥 깊이 잠겨가고
분 냄새 가득한
미사리 강변 풀섶에는
능욕당하는 북한산 풀꽃이
맨살 부비며 핀다
현대시 시인전 079 [말들이 고여 있다] 김다호 시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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